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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로렌스”…세계적인 거장을 쓰러트린 암은?

영화음악계의 큰별이자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던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가 지난달 28일 투병 중 별세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같은 명곡을 작곡했으며, 2017년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그는 2015년 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복귀했으나, 2020년 6월 다시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22년 6월 직장암이 4기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소속사는 그의 사망 소식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보도자료 마지막 글귀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좋아하던 구절을 소개하며, 생전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음을 알렸다.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지난 28일 직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출처: 사카모토 류이치 트위터

거장 무너트린 직장암, 조기 진단이 중요해

암을 한번 이겨냈던 세계적인 거장을 무너트린 직장암은 대장암의 일종으로, 대장의 제일 끝부분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부위인 직장에 발생하는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중 직장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대장암이 국내 암 사망 원인 3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직장암은 결장과 달리 장점막이 없는 곳이 있고 주위에 혈관이 많아 인접 장기에 쉽게 전이되기 때문에 다른 대장암과는 다르게 재발률(20~30%)과 수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이 크다. 따라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대장항문학회에서는 45세 이후 적어도 5년마다 한번씩,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80% 이상은 ‘식습관·비만’이 문제직장암은 식습관과 비만 같은 후천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머지 10~20%는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201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식습관에 따라 직장암과 같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질, 포화지방산 및 단일 불포화 지방산, 당분 과다 섭취는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며, 특히 붉은색 육류의 하루 섭취량이 50g 증가할수록 대장암 위험이 15%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전했다. 비만 역시 직장암 위험을 크게 높인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공동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50세 미만 연령대에서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복부비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연구진은 2009∼2010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77만 명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이 50세 미만 대장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했다.자료를 살펴보면, 심한 복부비만(허리둘레 기준 남성 100㎝, 여성 95㎝ 이상)이면 정상인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53% 높았다. 더불어, 50세 미만의 대장암이 좌측 대장과 직장에 발생한 위험이 각각 37%, 32% 높다는 특징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아디포카인(adipokine) 등이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초기 증상 없어 조심해야직장암은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간혹,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은 잠재출혈로 인해 피로 및 쇠약 증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간다. 때문에, 증상이 뚜렷해지면 이미 암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암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항문 출혈 △가늘어진 변 △배변 시 통증 △잔변감이다. 직장은 대장의 끝부분에서 변을 저장하고 배변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이 커지면서 배변 활동에 문제를 유발하는 것. 특히 출혈 증상의 경우 치질 등 다른 항문 질환과 혼동하기 쉬운데, 치질로 인한 출혈은 혈액이 선명한 붉은색이며 배변 후 따로 출혈만 발생한다. 반면 직장암으로 인한 출혈은 대변이 밀려 나오면서 암 조직을 벗겨내고 미세혈관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대변이 혈액과 함께 섞여 끈적끈적한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혈변을 보았다면 직장암 가능성을 염두하고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직장암이 계속 커지면, 대변 통로가 막혀 대변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검은 변이 가늘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때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 시 수술이 유일한 해답직장암의 유일한 장점은 바로 질환의 진행이 느리다는 것이다. 선종이라는 암전 단계를 거쳐 암으로 변하는데 최소 7년에서 14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때라도 발견하면 대장 내시경으로 충분히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직장암을 진단 받았다면 수술로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검사는 대장 내시경으로 직장암 유무를 판별한 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와 골반 mri 검사를 시행한다. 폐전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흉부 ct를 추가로 실시할 수 있다.직장암 초기에는 검사 후 수술을 진행하지만, 암이 어느 정도 커진 후에는 반드시 수술 전 1달 반 가량의 방사선항암치료를 하고 6~8주 후 수술을 진행한다. 완치 가능성은 대장암 완치율을 기준으로 1기 98%, 2기 80-75% 내외, 3기 55% 내외이다.



직장암 예방하려면…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직장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과 생활 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붉은 고기와 햄과 같은 가공육 섭취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대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잡곡류, 양질의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흡연과 음주는 대장암 발생과 큰 연관이 있으므로,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규칙적인 운동은 장운동을 촉진해 대변이 장 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적절한 운동은 대장암 발생 위험을 30~40%가량 감소시키며 재발 위험을 67.4% 낮춰준다. 여기서 말하는 적절한 운동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으로 1주일 동안 중간강도 운동 150분 이상, 고강도 운동 75분 이상이다.